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이 누가 될지 정하는 회의가 있다. 이름도 거창하게 콘클라베(Conclave). 그런데 이 중대한 회의에 정작 신자들은 하나같이 출입 금지. 왜냐고? "너는 아직 레벨이 안 돼"라는 듯, 오로지 최상위 성직자 계급인 추기경님들만 입장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바티칸 구석 어딘가의 닫힌 방 안에서 말이다. 전통이니 경건이니 포장되어 있지만, 알고 보면 꽤나 구닥다리 밀실 정치다.
참고로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열쇠로 잠근 방”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문 걸어 잠그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한 다음, 내부자들끼리 고개 맞대고 투표하는 구조다. 전 세계 신자들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사람을 뽑는다는데, 정작 그 신자들은 구경도 못 한다. 신부님들도 대부분 패스. 이렇게 폐쇄적인 방식은 요즘 웬만한 세속 국가에서도 보기 힘들다. 북한도 이 정도는 아니다 싶을 정도다.
교회는 이 회의가 끝나고 새 교황이 나오면 흔히 “성령이 인도하셨다”고 말한다. 멋있다. 근데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기도하고 찬송가 부르면서도 속으로는 “야, 이번엔 누구 줄 좀 잡았냐?”며 정치 셈법이 한창이다. 어떤 추기경은 개혁을, 또 어떤 이는 보수를 외치며 줄을 대고 연합을 짠다. 결국 뽑히는 건 신이 내린 선택보다는 절묘한 정치 타협의 산물. 그런데 발표만 나면 갑자기 "신이 택하셨다!"며 분위기 확 바뀐다. 아니, 갑자기 신 탓이야?
이렇게 콘클라베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성스러운 미스터리 쇼가 된다. 철저한 비공개, 눈을 어지럽히는 전통 의식, 연기로 신호 보내기(진짜로 굴뚝에서 연기 나옴). 이런 신비주의는 결과적으로 교회 권력 구조를 단단히 지키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기득권 안심보험. 평신도? 아래 성직자? 그들은 그냥 ‘알아서 믿고 따라와’ 모드. 어쩐지 중세 시대 성 안에서 귀족들이 차기 왕을 뽑던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문제는 이게 21세기에도 계속된다는 거다. 사회는 이미 “국민이 주인”이라며 주권과 투명성을 당연하게 여기는데, 교회만 여전히 “추기경이 주인”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구조를 두고 “우린 종교니까 세속과 달라요”라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러면서 동시에 세계인의 존경과 신뢰를 바란다면… 그건 좀 욕심 과하지 않나?
결국 교황은 밀실에서 탄생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인물을 향해 “하느님이 선택하신 분!”이라며 경외심을 보인다. 물론 믿는 건 자유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사람 냄새 나는 정치판인지도 좀 같이 얘기해보자. 시대는 변했고, 신앙도 변할 수 있다. 신의 이름을 빌린 밀실 정치—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아니, 신께 여쭤보면 대답은 해주실까?
추천태그 : #콘클라베 #교황 #선종 #사망 #비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