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도 브랜드, 교황도 브랜드
1. ‘믿음’만으론 안 됩니다… 교회도 장사를 해야 굴러간다
가톨릭교회의 본진, 바티칸. 천상의 도성인 줄만 알았더니, 알고 보니 ‘지상 최대의 종교기업’이다. 바티칸은 제조업도, 반도체도 없지만(!) 연간 수백만의 ‘순례관광객’과 ‘기념품 소비자’ 덕분에 꿋꿋하게 버틴다.
대표적인 수입원은? 박물관, 시스티나 성당, 바티칸 우표, 주화, 심지어 공식 로자리오(묵주)까지. 2019년엔 관광 수입만으로 약 1억 달러를 벌었다. 성령의 은총보단 입장료의 위력이 더 컸던 해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자 관람객은 사라졌고, 교황청도 "이번 달은 좀 빠듯하겠는데…"라며 재정 비상벨을 눌렀다.
헌금도 큰 축이다. 2023년엔 성베드로 성금이 약 5,237만 유로 들어왔지만, 나간 돈은 1억 유로 넘었다. 이쯤 되면 천상의 신용카드 돌려막기 수준. 부동산 투자와 금융 수익도 있다지만, 과거 스캔들과 부실운영이 발목을 잡았다. 고정비가 어마어마하니, 아무래도 교회도 ‘장사’를 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
덕분에 박물관만 해도 직원 수 1,000명. 전체 바티칸 직원은 4,800명에 달한다. 거의 하나의 중소기업. 교회도 이제는 “믿음만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를 고백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비판도 있다. “교회가 왜 이렇게 돈 밝히냐”, “예술품 팔아서 가난한 사람 돕지 그래?” 하는 소리, 내부에서도 슬슬 나온다. 하지만 바티칸은 아직까지 ‘성스러운 자산관리’에 더 끌리는 듯하다.
2. 묵주도 브랜드, 교황도 브랜드
가톨릭에서 묵주를 단순 액세서리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 요즘 묵주는 일종의 ‘공식 굿즈’다. 성물 시장에선 묵주, 성상, 메달이 줄줄이 판매되고 있고, 특히 교황 친필 축복카드가 들어갔다? 그건 거의 종교계의 루이비통.
바티칸은 이 모든 걸 정식 브랜드처럼 관리한다. 성 베드로 대성당 기념품점에선 고가의 로자리오와 축복문서를 팔고 있고, ‘교황님 축복 정품’이란 마케팅이 붙는다. 가격이 좀 쎄도 “교황님이 bless하셨다는데!”라는 감성 마케팅 앞에서 지갑은 무방비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의 얼굴을 새긴 주화는 안 찍겠다고 했지만, 이게 또 ‘희소성’ 프리미엄을 불러오는 역설을 낳았다. 오히려 과거 교황 얼굴 동전은 지금 중고 시장에서 금값이다.
그뿐 아니다. 교황청은 '바티칸', '교황' 같은 이름을 브랜드로 등록하고 무단 사용엔 소송도 불사한다. 가끔은 가톨릭이 아니라 구글이 운영하는 줄 알 정도다.
물론 신자들 중엔 불편한 시선도 있다. “예수님이 성수 팔던가요?” “신전에서 장사하지 말라더니…”라는 탄식이 들려온다. 교회 측은 “수요가 있으니까요…”라고 해명하지만, 그 말투 어딘가에서 홈쇼핑 냄새가 난다.
3. 순례, 행사, 축복… 모두 가격표가 붙었다?
가톨릭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세계청년대회. 신앙과 청춘의 축제지만, 최근엔 “이거 너무 상업화된 거 아냐?”는 잡음도 심심찮게 나온다.
2023년 포르투갈 대회엔 무려 1억 9천만 달러의 공공 예산이 투입됐다. 교황 미사용 제대 하나에만 500만 유로가 들자, 국민 여론이 요동쳤다. “이럴 거면 교황님은 집에서 유튜브 스트리밍 해주시죠?” 같은 댓글도 등장.
게다가 참가자 등록비가 만만찮다. 폴란드 대회에선 전체 예산의 81%를 참가자들이 ‘스스로 내고’ 만들었다. 신앙 행사라기보단, ‘페이 투 플레이’ 시스템처럼 느껴질 법도 하다.
성지순례도 여행 패키지화됐다. 전세기 타고, 호텔 잡고, 기념품 사고… 프랑스 루르드에선 “하느님의 디즈니랜드”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성수는 병입되어 팔리고, 교황 행사 입장권은 암표 시장까지 형성되었다. “성사는 공짜!” 외치던 프란치스코 교황도 현실 앞에선 약간 머쓱한 눈치를 줬다.
결국 교회는 ‘신앙 공동체’이자, 동시에 ‘거대 종교기업’이다. 장사도 해야 살고, 기도도 해야 구원받는다. 문제는 균형이다. 믿음과 상업 사이에서 교회는 지금도 줄타기를 하고 있다.
기념품을 팔아도 좋다. 행사에 돈을 받아도 괜찮다. 단, 그 모든 수익이 진짜 하느님의 일에 쓰이고 있는지—그건 우리가 계속 물어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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